대구 장애인보호구역 6곳 뿐

장애인 보행자를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장애인 보호구역’이 대구에서 3년째 6곳에 머물며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제도 시행 10년이 넘었지만 확산 속도는 더뎌 보호구역 활성화와 홍보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1년 도로교통법 시행령 규칙이 제정되면서 장애인복지시설 주변을 장애인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됐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어린이·노인 보호구역과 마찬가지로 차량 통행속도가 시속 30㎞ 이하로 제한되고 주정차 금지와 함께 표지판, 과속방지턱, 방호울타리 등 각종 교통안전시설 설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제도 취지와 달리 보호구역 확대는 미미한 수준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 내 장애인 보호구역은 남구 1곳, 북구 1곳, 수성구 2곳, 달성군 2곳 등 총 6곳에 그친다. 2024년과 지난해 모두 같은 수치로 3년째 단 한 곳도 늘지 않았다.

장애인복지시설이 총 158곳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의 약 3.8% 수준만 보호구역으로 관리되고 있는 셈이다. 어린이 보호구역 753곳, 노인 보호구역 66곳과 비교해도 현저히 적은 수준이다.

장애인 보호구역 확대가 더딘 이유로는 제도 자체의 한계가 꼽힌다. 현행 규정상 보호구역 지정은 장애인복지시설장이 지자체에 신청해야 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시설 측의 인식 부족이나 행정 절차 부담 등으로 신청 자체가 활발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주민 반발도 걸림돌이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주정차 제한과 차량 서행 유도 등 교통 규제가 강화되면서 인근 주민과 상가 이용자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구시 관계자는 “어린이·노인 보호구역과 마찬가지로 신설되는 복지시설 등을 대상으로 장애인 보호구역 신청을 지속적으로 독려하고 홍보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주민들이 주차 문제 등을 이유로 신청을 꺼리는 경우가 있고 주민 이해관계까지 행정이 강제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청 중심의 소극적 지정 방식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보행 위험 지역을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장애인복지시설 주변은 이동 보조 기기 이용 등으로 사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단순 권고 수준을 넘어선 적극적인 행정 개입과 주민 설득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근배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장애인 보호구역은 지정 절차 자체를 잘 모르는 경우도 많고 설령 지정되더라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며 “현재처럼 시설장 신청에만 의존하는 방식이 아닌 주민도 신청할 수 있도록 문을 열고 지자체가 필요성을 판단해 지정하는 보다 유연한 구조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은 대표적인 교통약자로 불법 주정차나 좁은 보행로, 짧은 신호시간 등으로 일상적으로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보호구역 제도를 ‘교통약자 보호구역’처럼 통합해 기준을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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